
투자의 세계는 끊임없는 줄다리기와 같습니다.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 욕망과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즉 리스크(Risk) 사이에서의 고민이죠. 막연히 ‘위험하다’, ‘수익이 좋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리스크와 수익률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을까요?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혈압이나 맥박 같은 수치로 파악하듯, 투자 세계에서는 기대값, 분산, 표준편차라는 도구를 사용해 투자의 건강 상태, 즉 수익성과 위험성을 진단합니다.
1. 미래 수익률의 청사진: 기대값 (Expected Value)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궁금한 것은 ‘그래서 얼마나 벌 수 있을까?’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투자한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 아무도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기대수익률(Expected Rate of Return), 또는 **기대값(E(R))**입니다.
기대값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별 수익률에 각각의 발생 확률을 곱하여 더한 값입니다. 마치 여러 가능성을 고려한 ‘평균적인 예상치’와 같습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R)=∑i=1n(Pi×Ri)=P1R1+P2R2+…+PnRn
여기서 Ri는 i번째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수익률이고, Pi는 그 시나리오가 발생할 확률입니다. 모든 확률(Pi)의 합은 1(100%)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에 투자했을 때 내년에 경제 호황으로 20% 수익을 얻을 확률이 30%, 보통 수준으로 10% 수익을 얻을 확률이 50%, 불황으로 -5% 손실을 볼 확률이 20%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E(R)=(0.30×20%)+(0.50×10%)+(0.20×−5%)=6%+5%−1%=10%
이 주식에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1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 시나리오의 정확한 발생 확률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과거의 **역사적 평균 수익률(Rˉ)**을 미래의 기대수익률 추정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N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죠.
Rˉ=N1∑t=1NRt=NR1+R2+…+RN
물론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추정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기대값은 우리가 투자를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심점을 제시합니다.
2. 불확실성의 크기 측정: 분산(Variance)과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기대수익률이 10%라고 해서 항상 정확히 10%의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앞선 예시처럼 운이 좋으면 20%를 벌 수도, 나쁘면 -5%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수익률이 기대값(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넓게 흩어져 있는지, 즉 변동성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리스크입니다. 이 리스크를 수치화하는 대표적인 도구가 **분산(σ2, Var(R))**과 **표준편차(σ, SD(R))**입니다.
- 분산 (Variance, σ2): 각 수익률이 기대값(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제곱하여 평균 낸 값입니다. 편차(수익률 – 기대값)를 제곱하는 이유는 양수와 음수 편차가 서로 상쇄되는 것을 막고,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값(큰 변동성)에 더 큰 가중치를 주기 위함입니다.Var(R)=σ2=E[(R−E(R))2]=∑i=1nPi(Ri−E(R))2 (확률적)s2=N−11∑t=1N(Rt−Rˉ)2 (표본 분산, 과거 데이터 사용 시)
- 표준편차 (Standard Deviation, σ): 분산에 제곱근()을 취한 값입니다. 분산은 단위가 ‘수익률의 제곱(%)^2’이 되어 직관적인 해석이 어렵지만, 표준편차는 다시 원래 수익률 단위(%)와 같아져 리스크의 크기를 이해하기 훨씬 쉽습니다.σ=σ2
표준편차가 클수록 수익률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투자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펀드 A와 B가 있고, 둘 다 기대수익률은 8%로 동일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A펀드의 표준편차는 5%이고, B펀드의 표준편차는 15%라면 어떨까요?
A펀드는 수익률이 평균 8% 주변에서 ±5% 내외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즉, 3% ~ 13% 범위) 의미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반면, B펀드는 수익률이 평균 8%를 중심으로 ±15%까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즉, -7% ~ 23% 범위) 의미로 변동성이 훨씬 크고, 따라서 리스크도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3. 위험 관리의 지혜: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현명한 투자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따릅니다. 즉,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여 위험을 관리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성합니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는 단순히 개별 자산 리스크(표준편차)의 산술 평균이 아닙니다.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계산할 때는 각 자산의 비중뿐만 아니라, **자산 간의 수익률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상관관계, Correlation)**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음의 상관관계)이 있는 자산들을 함께 담으면, 한쪽 자산의 손실을 다른 쪽 자산의 이익이 일부 상쇄해주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리스크)은 개별 자산의 리스크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분산투자의 효과입니다. 포트폴리오 리스크 계산은 개별 자산의 분산, 자산 간의 공분산(Covariance) 또는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를 이용한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핵심은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위험 대비 수익률 평가: 샤프 비율 (Sharpe Ratio)
이제 우리는 기대수익률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를 예상하고, 표준편차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투자 대안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투자일까요? 단순히 기대수익률만 높다고 좋은 투자일까요? 아니면 표준편차가 낮다고 무조건 좋을까요?
이때 사용하는 유용한 지표가 바로 **샤프 비율(Sharpe Ratio)**입니다. 샤프 비율은 투자자가 감수한 위험 한 단위당 얻은 초과수익이 얼마인지를 측정합니다. 즉, 리스크 대비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SharpeRatio=σpRp−Rf
- Rp: 포트폴리오(또는 개별 자산)의 실제 또는 기대수익률
- Rf: 무위험수익률 (Risk-Free Rate, 예: 국채 수익률처럼 위험이 거의 없는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
- σp: 포트폴리오(또는 개별 자산)의 표준편차 (총위험)
분자(Rp−Rf)는 초과수익(Excess Return) 또는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고 하며, 투자자가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률을 초과하여 달성한 수익률, 즉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은 보상을 의미합니다. 샤프 비율은 이 초과수익을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총위험(표준편차 σp)으로 나눈 값입니다.
따라서 샤프 비율이 높을수록 감수한 위험 대비 더 높은 초과수익을 얻었다는 의미이므로, 더 효율적인 투자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펀드가 있습니다.
- 펀드 X: 연 수익률 12%, 표준편차 15%
- 펀드 Y: 연 수익률 10%, 표준편차 10%
- 무위험수익률(Rf)은 2%라고 가정합니다.
펀드 X의 샤프 비율 = 15%12%−2%=15%10%≈0.67
펀드 Y의 샤프 비율 = 10%10%−2%=10%8%=0.80
단순 수익률은 펀드 X가 더 높지만, 위험(표준편차)까지 고려한 샤프 비율은 펀드 Y가 더 높습니다. 이는 펀드 Y가 펀드 X보다 감수한 위험 대비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더 효율적인 투자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숫자로 투자를 이해하고 현명하게 결정하기
기대값, 분산, 표준편차, 그리고 샤프 비율은 투자의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수학적 나침반과 지도입니다. 기대값은 목적지의 방향(예상 수익)을 알려주고, 분산과 표준편차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변동성, 리스크)를 가늠하게 합니다. 샤프 비율은 여러 경로 중 어떤 길이 위험 대비 가장 효율적인지(리스크 조정 성과)를 비교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합니다.
물론 이 숫자들만으로 투자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질적인 분석, 시장 상황, 투자자의 목표와 위험 감수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리스크와 수익률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 합리적이고 현명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기초 체력과 같습니다. 이 수학적 도구들을 통해 우리는 투자의 세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성공적인 투자 여정을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대출소비자 보호센터의 편집인입니다.
– 시중 5대 은행 15년 근무
– 2012년 AICPA 취득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에 칼럼 게재 등
여러분께 유익한 대출 상품, 금융 정보를 정확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