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신용부도스왑)의 수학적 구조와 활용: 금융의 양날의 검

CDS(신용부도스왑)의 수학적 구조와 활용: 금융의 양날의 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며 악명을 떨친 금융상품, 바로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입니다. 이름부터 어렵고, 왠지 위험해 보이죠. 하지만 CDS는 본래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수학적 원리에 기반한 정교한 금융 도구입니다.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죠. 오늘은 이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CDS의 세계를 수학적 관점에서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CDS 프리미엄 산출 방식: 위험에 가격을 매기다

CDS는 본질적으로 ‘신용 보험’과 유사합니다. 채권을 가진 사람(보장 매입자)이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Credit Event)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보장 매도자)에게 정기적으로 보험료(CDS 프리미엄 또는 스프레드)를 지급합니다. 만약 부도가 발생하면, 보장 매도자는 약속된 손실 금액을 보장 매입자에게 지급합니다.

그렇다면 이 보험료, 즉 CDS 프리미엄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핵심은 두 가지 요소, ‘부도 확률(Probability of Default, PD)’과 ‘부도 시 손실률(Loss Given Default, LGD)’입니다. LGD는 ‘1 – 회수율(Recovery Rate, R)’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부도 시 원금의 40%를 회수할 수 있다면 회수율은 40%, 부도 시 손실률은 60%가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보험 수학의 ‘수지상등의 원칙’과 같습니다. 보장 매입자가 미래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리미엄의 현재가치(Premium Leg)와, 보장 매도자가 부도 시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금의 현재가치(Protection Leg)가 계약 시점에서 동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아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합니다.

CDS 프리미엄(S) ≈ 부도 확률(p) × 부도 시 손실률(1 – R)

예를 들어, 어떤 회사채의 1년 부도 확률이 2%이고 부도 시 회수율이 40%라고 가정하면, CDS 프리미엄은 대략 2% × (1 – 0.40) = 1.2%가 됩니다. 이는 연 1.2%의 보험료를 내야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을 헤지(회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계산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수학적 모델(예: Hull & White 모델)과 기간별 생존 확률, 할인율 등을 고려하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같습니다. 결국 CDS 프리미엄은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에 매기는 ‘가격표’인 셈입니다.

부도 확률 계산 방법: 시장의 집단 지성을 읽다

CDS 프리미엄 산출의 핵심 요소인 부도 확률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CDS 시장 자체가 부도 확률을 추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CDS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특정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다고 인식되면, 그 기업의 채권에 대한 CDS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 프리미엄이 상승합니다. 반대로 위험이 낮다고 보면 프리미엄은 하락합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 시장 가격, 즉 CDS 프리미엄을 역으로 이용하여 해당 기업의 ‘내재 부도 확률(Implied Probability of Default)’을 추정합니다. 앞서 본 단순화된 공식을 변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재 부도 확률(p) ≈ CDS 프리미엄(S) / (1 – 회수율(R))

예를 들어, 한국 정부 발행 채권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이 30bp(0.3%)이고, 국가 부도 시 채권 회수율을 40%로 가정하면, 시장이 평가하는 향후 5년 내 한국의 평균 연간 부도 확률은 대략 0.3% / (1 – 0.40) = 0.5%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실제’ 부도 확률이라기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인 기대와 위험 회피 성향이 반영된 ‘시장 내재 확률’입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지표보다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의 신용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보험 수학과의 연관성: 같은 원리, 다른 규제

CDS의 구조는 보험 상품, 특히 손해보험과 매우 유사합니다.

  • 위험 평가: 보험사는 사고 발생 확률과 예상 손해액을 평가하여 보험료를 산출합니다. CDS 판매자도 부도 확률과 예상 손실률을 평가하여 프리미엄을 결정합니다.
  • 위험 인수 및 분산: 보험사는 다수의 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위험을 분산합니다. CDS 시장도 다양한 참여자들이 신용 위험을 거래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 수수료 수입: 보험사는 보험료 수입을 얻는 대가로 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CDS 판매자도 프리미엄 수입을 얻는 대가로 부도 시 손실을 보전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보험 산업은 오랜 역사 속에서 엄격한 규제와 감독, 충분한 자본금 요구 조건 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CDS 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얼마만큼의 위험을 떠안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충분한 자본 없이 과도한 보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G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험사로서 막대한 CDS를 판매했지만, 실제 부도가 발생하자 약속한 보상을 해줄 능력이 부족했고,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파산을 면해야 했습니다. 제 생각에, CDS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보험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와 투명성이 부족했던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례 분석: 수학 모델의 배신과 탐욕의 결과

2008년 금융위기는 CDS가 어떻게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였습니다. 투자은행들은 이 모기지들을 묶어 MBS(주택저당증권)라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여러 층으로 나누어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문제는 이 상품들의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위험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CDS를 구매했습니다. AIG와 같은 금융기관들은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정교해 보이는 수학적 부도 확률 모델에 근거하여 막대한 양의 CDS를 판매하고 프리미엄 수입을 올렸습니다. 당시 사용된 수학 모델들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여 부도 가능성을 계산했지만, 주택 가격 하락과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속출했고, MBS와 CDO의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CDS를 구매했던 투자자들은 보장 매도자에게 손실 보전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CDS를 대량 판매했던 AIG 등은 약속한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파산했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CDS는 원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위험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시키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투명성 부족으로 누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연쇄 부도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이는 수학적 모델에 대한 맹신, 규제 부재,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당시 33조 달러에서 최대 62조 달러에 달했던 CDS 시장 규모는 미국 GDP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그야말로 ‘시한폭탄’이었습니다.

마치며: CDS, 위험한 도구인가 유용한 혁신인가?

CDS는 금융 혁신의 산물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그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수학적 모델은 유용하지만 완벽하지 않으며,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규제되지 않은 금융 혁신은 탐욕과 결합하여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CDS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시장 규모도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DS는 기업과 국가의 신용 위험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은행권 불안 사태에서 보듯, 여전히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CDS를 포함한 모든 금융상품은 그 자체로 선악을 가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규제하느냐입니다. CDS의 수학적 구조와 그 안에 내재된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금융의 세계에서 수학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지혜와 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